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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시 모음

시)꽃 - 김춘수

by [Akashic Records] 개발의선지자 2024. 7. 21.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1]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Flower

                                                             
Before I call his name, he was just a gesture.
When I called his name, he came to me and became a flower.

Just like I called his name, call my name,
with my own color and scent.
Getting close to him, I wish to become his flower.

We all want to be something.

You to me and I to you
We want to be unforgettable eye-sign.